#타자화된감각 #신화의해체 #비과학적상상 #혐오물질 #추하고도아름다운

나는 인간중심적 질서의 세계에서 혐오와 위반의 대상이 되는 생물의 사회적 인식체계에 의문을 가지고 타자화된 감각을 형상화 한다.

동일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다름’은 혐오와 차별로 연결되며, 타자에 대한 판타지를 만든다. 나는 이 다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을 ‘괴물성’이라 부르는데, 작업에서는 온라인 또는 미디어에서 혐오스럽게 여겨지는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소환하여 화면에 역으로 그것을 과장해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알렉사 라이트 『괴물성: 시각 문화에서의 인간 괴물』에 따르면 ‘타자는 스스로를 존재로서 표명함에 따라 그 타자성을 상실한다’고 말한다. 나는 괴물성을 드러내는 행위가 타자로서 수동적 재현을 거부하고, 치부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역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를 드러내 스스로가 타자성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집단 속 당하기만 하는 존재들에게 더 큰 목소리를 부여하고자 했던 생각에서 출발하며, 집단으로 악당화한 외래종 황소개구리의 괴물서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황소개구리의 ‘괴물성’은 동일성의 질서를 해체하는 성질로서 그것의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주체의 시각에 의해 그 기이한 외형이 강조되거나 수동적으로 축출되는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나는 이렇게 타자로서 재현되는 각종 보도사진과 온라인상을 떠도는 이미지들을 소환해 기존의 맥락에서 떼어내 새롭게 혼합한다. 그 과정에서 표정이나 몸짓 등 형상을 과장하고, 거친 형상들 위에 눈부시게 밝은 색채를 입혀 눈에 띄게 만드는 방식으로 괴물성을 드러낸다.

또한 타자화된 감각의 물성적 표현으로서 ‘혐오물질’을 시각화해 결합한다. 혐오물질은 생물이 물질로 인식되면서 발생한 양가적 성질로서, 황소개구리 요리에서 혐오감을 느낌과 동시에 붉고 매끈한 물질 덩어리처럼 보였던 경험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나는 어떤 대상이 더럽고 추하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매혹적인 물질처럼 보이기도 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포착하여, 물감의 물성을 강조해 추상적인 형상으로 표현한다. 점성이 높은 다량의 기름과 물감이 섞인 혼합물을 붓질로 섬세하게 올린다. 기름을 가득 머금은 물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다른 색상들과 혼합되어 추상적인 형상을 만든다. 우연적으로 발생한 형상에 섬세한 덩어리 묘사를 더해 혐오물질의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물성을 표현한다. 매끈한 면, 질척이는 질감과 밝은 색상, 판타지적 요소를 회화 내에서 혼재한다.

이처럼 나는 사회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괴물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위치시키고 전면에 드러냄을 통해 타자성의 상실을 시도하며, 추하다고 여겨지는 존재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종의 ‘일탈적 카타르시스’를 표출한다. (2024. 3)